AI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글이 완성되고, 이미지가 생성되며, 영상 스크립트가 작성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정작 조회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경제 유튜버들조차 예전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만들 수 있다고 팔리는 것은 아니다

AI 도구의 발전으로 콘텐츠 제작 장벽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프롬프트만 잘 입력하면 누구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만들기 쉬워진 만큼 공급도 폭증했고, 소비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을 이미 넘어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을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세 명 정도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주제에 대해 수십, 수백 명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의견이 서로 상충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분야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책 리뷰, 재테크 조언, 건강 정보 등 어느 영역을 막론하고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졌습니다. 만들 수 있다는 것과 팔린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정보 과잉 시대의 해법, 큐레이션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큐레이션입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고, 맥락을 부여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추천해 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책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보다 '초보자가 꼭 읽어야 할 추리소설 3선' 같은 형식의 콘텐츠가 훨씬 좋은 반응을 얻습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개별 종목 분석보다 ETF처럼 묶음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개인이 일일이 판단하기에는 정보량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큐레이션은 AI가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AI에게 추천을 요청하면 평균적이고 무난한 결과만 나옵니다. 하지만 사람은 직접 경험하고 감동받은 것을 기준으로 선별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콘텐츠의 진정성과 설득력을 만들어냅니다.

사업 감각을 증폭시키는 도구로서의 AI

많은 사람들이 AI를 '돈 버는 기계'로 착각합니다. 클릭 몇 번이면 수익이 나올 것처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AI는 돈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 감각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활용해야 합니다.

최근 한 리조트의 사례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AI로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었다가 문제가 생긴 경우인데, 이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담당자가 AI가 만든 초안을 받아서 특정 부분을 삭제하고, 캐릭터를 살리며, 문체를 다듬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이렇게 AI와 주고받는 과정을 반복하면 처음 딸깍해서 나온 콘텐츠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왜냐하면 그 안에 사람의 생각과 판단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제작 감각이 1밖에 없던 사람이 AI의 도움으로 10이나 12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에게 무작정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하면 평범하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AI의 제안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추가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반복하면 전혀 다른 수준의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치 전문가 멘토와 대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인간만의 영역은 무엇인가

AI와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그 영역은 바로 'AI가 못하는 것들의 집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AI가 못하는 영역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1년 전에는 AI가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은 가능해졌고, 지금 불가능한 일들도 1년 후에는 가능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AI가 못하니까 우리가 하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는 위험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자신의 감각이 0이라면 아무리 강력한 AI를 사용해도 결과는 0입니다. 1이라도 자신만의 관점과 경험, 판단력이 있어야 AI가 그것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자신만의 감각과 통찰을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동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지금은 공동지능의 시대입니다. AI와 인간이 함께 생각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 관계가 새로운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AI로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의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후에 AI를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둘째,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쓰지 말고 반드시 사람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여러 차례 대화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진짜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셋째, 큐레이션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가장 큰 가치는 좋은 것을 선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입니다. 넷째, 자신만의 감각과 경험을 계속 축적해야 합니다. AI는 증폭기일 뿐이며, 증폭할 대상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선별하고, 더 깊이 생각하며, AI와 더 똑똑하게 협업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감각과 판단력입니다.